유산 후 임신시도는 언제쯤이 적절할까요? 2 [대전산후조리 유앤그린한의원]

By 유&그린

앞선 글 말미에 주어졌던 질문을 이어나가보겠습니다.

유산 후 조리 과정이 굳이 필요할까?
유산 후 임신을 가능한 일찍 하는게 좋다면 한달이라도 아껴서 임신을 준비해야하는 것 아닌가?
앞선 글에 다루어진 연구대상들보다 더 잦은 유산 경험 (2회 이상)을 가졌거나 습관성 유산을 겪고 있는 여성,
또는 각종 생식건강상의 문제(자궁질환 등), 난임요인을 가진 여성에게도 동일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

이처럼 실제 저희 진료실을 찾아주시는 여성들이 놓인 현실에 보다 가까운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려합니다.


http://blog.naver.com/greenmiz/2206443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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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유산(습관성 유산)은 연속 2회 이상 자연유산이 반복되거나,
임신 20주 이전에 3회 이상 반복된 자연 임신 손실된 경우로 정의됩니다.
현재까지 화학적 유산을 이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집단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연구마다 다소 편차가 있습니다만
첫 자연유산 후 유산이 거듭될 확률은 25%,
2회 연속 유산 후 다시 유산될 확률은 26%,
3회 연속 유산 후 다시 유산될 위험은 32%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복 유산은 100명 중 1~3명 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05년에 보고된 국내 실태에 따르면 2회 이상의 연속된 자연유산으로 정의된
반복 유산 유병률은 9.3%로 나타났습니다.


반복 유산을 야기하는 원인은 유전적, 해부학적, 내분비적, 면역학적 원인이 대표적이며
각각의 원인에 따라 진행되는 치료 방식 및 기대할 수 있는 예후도 다양합니다.
반복 유산에 적절한 임신 간격(IPI)는 좀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산 후 건강회복과 평가를 위해 2개월 정도의 피임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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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모체-태아-신생아 의학>지에 발표된 본 연구는
임신 사이의 기간(IPI)이 반복 유산여성의 생식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한 대학병원 반복 유산 클리닉을 수진하는 여성 325명에 대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로서,
연구 대상은 재태 20주 이내 2회 혹은 그 이상 연속적인 자연 유산을 겪은 후,
임신결과가 확인된 경우로 제한하였습니다.
325명의 여성 중 IPI가 6개월 이내인 여성은 112명이었으며, 나머지 212명은 6개월 후 임신을 이루었습니다.

IPI와 임신 관련 예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유산을 재차 경험한 비율은 IPI > 6개월 그룹이 IPI ≤ 6 개월 그룹보다 의미있게 높았으며,
출산전후 신생아 사망률 또한 IPI>6개월 그룹이 미약하나마 높게 나타났습니다.
(18.6%: 29.7%, IPI 6개월 ).
IPI > 6개월 그룹에서 두드러지게 증가된 저체중아 출산률, 태변 흡입 분만율 또한 이러한 결과에
상응한 것으로 볼수 있습니다.

반복 유산 검진에서 확인된 각종 생식건강상 문제에 따른 IPI 및 임신 예후의 의미있는 차이는
관찰되지 않은데 비해, 산모의 연령 증가는 유산의 재발에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IPI 6개월 이상 집단은 6개월 미만 집단에 비해 평균연령이 높았고,
생식건강상의 문제를 가질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여성의 연령이 IPI 연장 및 생식건강상 부정적 요인을 증가시키는 강력한 인자일 것으로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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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IPI 증가 자체가 유산 재발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지 알아보기 위해
산모의 연령, 인종 특성이 미치는 영향을 보정하고 생식 건강 상의 문제는 배제한 결과,
6개월 이상의 IPI 집단은 6개월 미만 집단에 비해 유산위험율이 1.76배 증가하였습니다.
IPI 0-3개월 집단과 3-6개월 집단 간의 유산 발생율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IPI를 0–6개월, 6–12개월. 12개월 이상으로 나누어 추이를 관찰한 결과,
유산 발생율은 IPI 증가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요컨대 6개월 미만의 임신은 반복 유산 여성의 생식 예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유산 재발위험을 보였습니다.

본 연구는 반복유산 여성의 IPI에 따른 생식예후를 다룬 최초의 연구로서 가치를 가집니다.
그러나 제한된 연구대상 수로 인해 보편적 경향을 반영하는 결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불과 2년전에 다루어진 최초의 시도인만큼 보다 대규모의 정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재확인될 필요가 남습니다.

이제, 본 연구가 제시하는 결과 너머에 가려진 문제들,
반복된 유산의 재발에 독립적 영향인자로 간주되어 분석과정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연령과 그에 따라 증가하는 생식건강상의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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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이 거듭될 수록 자궁 내막조직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될 위험이 증가하고,
이로인해 건강한 착상과 임신 유지에 필요한 제반 여건에 크고작은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기존의 많은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완전 유산이 아닌 경우 기대요법이나 약물적 배출 등의 비수술적 접근보다 소파술, 흡인술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현실 상 유산 후 적극적인 회복과 조리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기도 하죠.
보다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IPI 를 고려한 재임신 계획도 중요하지만
여성 각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유산 후 회복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greenmiz/22058065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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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상과 태반형성 과정은 탈락막, 면역세포, 태아 조직 사이의 복잡다단한 기능적, 물질적 소통에 의해 완성됩니다.
특히 신생혈관형성과 나선동맥변형을 포함한 자궁 내 혈관적응은 성공적인 착상과 초기 태반조성의 관건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활발한 혈관생성 및 적응과정은 모체에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데,
이러한 부담이 생리적 수준을 넘어설 경우 초기 태반형성의 실패에 따른 유산을 야기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태반형성부전이 부분적인 문제로 남아 초가 임신유지가 가능하더라도,
원활한 자궁혈류순환 및 태반 기능유지에 장해를 주어 모체와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태반형성부전, 태반기능부전장애…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같지만
쉽게 풀어 설명하면 태반의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모체와 태아의 건강을 저해하는 각종 병리적 상황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자간전증, 사산, 부당경량아, 태반조기박리, 조산 등이 대표적인 경우지요.

일례로 자간전증(임신중독증)의 특징적 병태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세포영양막의 부적절한 (충분히 깊고 풍부한 혈관 발달이 되지 않은) 침투로 자궁태반간 혈류교환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세포 영양막이 자궁내 혈관과 연접을 이루고 태반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아
임신 중 자궁 내 혈류 저항이 증가하고, 임신이 진행될 수록 증가되는 혈류 순환 요구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고혈압, 단백뇨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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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간전증 태반과 정상 태반 조직의 혈관 -혈류 순환 양상 비교 : 정상적인 태반의 융모외세포영양막
세포(= ECTB cells, 녹색)가 모체의 탈락막과 자궁근충에 풍부하게 침투되어 모체의 나선상 혈관 상피세포로 대체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혈관 탄성이 증진되고 임신이 진행되며 늘어나는 혈류량을 원만히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B) 반면 자간전증 여성의 태반 조직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혈관 탄성과 수용성이 증진되기 어려운 상태를 보여줍니다.
Image courtesy of The Curators of the University of Missouri (2011), a public corporation.

이미지출처 : Preeclampsia: multiple approaches for a multifactorial disease. Kathleen A. Pennington,
Jessica M. Schlitt, Daniel L. Jackson, Laura C. Schulz, Danny J. Schust . Disease Models and Mechanisms 2012 5: 9-18; doi: 10.1242/dmm.008516

이처럼 유산과 태반형성 부전은 일정부분 공유되는 병리를 가지므로
유산과거력이 태반형성부전의 발병에 의미있는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며
실제로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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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논문은 2014년 미국 산부인과학회에 발표된 연구로서
거듭된 유산 과거력이 태반기능 부전장애의 발병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인구기반 코호트 스터디입니다.

연구진은 임신 22주 이후 첫째 단생아를 출산한 스웨덴 여성 619,587명을 대상으로
유산경험없음(n=536,169), 1회 (n=68,185), 2회 (n=11,410) 3회 이상의 (n=3823)유산을 겪은
집단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태반기능 부전장애 발생추이를 관찰하였습니다.

연구의 주요 목표는 다음과 같은 가정을 입증하기 위함입니다.
1) 유산과거력과 태반기능부전 장애는 관련이 있다.
2) 유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태반기능부전 장애와 더욱 밀접한 상관성을 보인다.
3) 태반기능부전장애는 태반형성 과정의 문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재태주수 37주 이상의 임신성 질환보다 37주 이전의 문제들에서 보다 의미있는 상관성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유산경험이 없는 집단을 대조군으로 설정하여 각각의 집단별로 임신 예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 – 산모의 연령, 시험관아기시술력, 고혈압, 임신전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루푸스 등의 전신건강상 문제,
산모의 교육수준, 임신 초기 BMI, 흡연력 등의 상관성을 분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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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임신중독증 그리고 사산
1~2회의 유산과거력을 가진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의미있는 임신중독증,
사산의 위험율 증가가 나타나지 않은데 비해 3회 이상 유산 과거력을 가진 그룹에서는 의미있는 위험율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부당경량아 그리고 태반조기 박리
부당경량아 혹은 태반조기 박리의 위험률 역시 1회 유산 과거력을 가진 집단은 대조군과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은데 비해
2회 유산 집단은 위험률이 경미하게 증가하였습니다.
3회이상의 유산경험을 가진 집단은 보다 큰 위험율 차를 보여 보정된 Odd ratio(OR)가 2배 남짓에 이르렀습니다.


자발적 조산
자발적 조산 발생율은 유산횟수에 정비례하는
용량-반응 관계를 보여, 대조군,1회,2회,3회 이상 집단에서
각 4.40%, 4.46%, 5.05%, 6.45%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회 이상의 유산과 극히 이른 조산(32주 이하)의 연관성은 보정된 OR가 2.60배에 이르렀습니다.

대조군에 비해 유산을 겪은 여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 높은 BMI를 보이며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유산여성 집단은 시험관아기시술을 통한 임신, 고혈압, 임신전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 SLE 등의 병력이 의미있게 높게 관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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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유산경험이 없는 여성 집단(대조군)에 비해, 유산을 한번 경험한 여성들은 태반기능부전장애에 의미있는 위험율 증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회 유산 과거력을 가진 집단은 조산과 부당경량아, 태반조기박리의 발병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했고,
3회 이상의 유산을 겪은 집단은 태반기능부전에 관련한 질병 전반의 발병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유산과거력이 태반기능부전 (임신중독증 사산 부당경량아 태반조기박리 자발적조산)의 발병 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수 있고,
유산과 태반기능부전이 부분적이나마 병리를 공유한다는 가설에 힘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나아가, 잦은 유산 과거력을 가진 산모일수록 태반기능부전 장애의 고위험그룹으로 적극적인 산전관리가 이루어질 필요성을 재확인케 하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greenmiz/22060784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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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야기는 아주 당연하고 지극히 원론적인 지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유산 후 조리는 지난 좌절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치료를 마무리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다음 임신의 성공적인 안착과 순조로운 분만을 돕는 긴 여정의 시작으로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유산 과거력 (횟수)이 거듭될 수록 산전 산후 예후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며,
생식건강상의 문제를 가졌거나 고령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더더욱 이러한 위험요인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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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당신의내일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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