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의 일면 – 짧은 자궁목과 자궁경부무력증에 대해서

By 유&그린

진통의 강도나 간격의 변화를 느끼며 산모들은 두려움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분만의 임박을 가늠합니다만,
실제 분만단계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근거로 사용되는 지표는
자궁경부의 열림(개대)과 얇아진 정도(소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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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을 경험하신 여성들이라면
자궁 문이 손가락 하나 정도열렸어요, 두개 정도네요…라는 표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자궁목, 자궁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자궁경부는
풍부한 결합조직과 근육층으로 구성된 자궁의 관문으로서 임신의 유지와 분만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자궁경부는 임신 기간동안 늘어나고 무거워지는 자궁을 단단하게 지지하여 태아를 보호하다가
임신 말기에 이르러서는 서서히 부드러워지고 얇아지면서 분만에 적합한 상태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의 길이는 임신 24주에서 28주 사이에는 대개 35~40mm를 유지하며
32주 이후에는 30~35mm로 정도로 변화하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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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임신부들의 임신주수별 자궁경부길이 변화의 분포 양상

이러한 역할과 특성 때문에 조기진통 또는 조기양막파열과 같이 증상이 있는 고위험군 산모들에서
자궁경부 길이는 조산을 예측하는 주요지표가 됩니다.

짧은 자궁목은 태아의 성장이 활발한 임신 중반기(통상적으로 재태주수 16~24주 )에
경부길이가 25mm 미만인 상태로 정의하며 28주 이후에는 생리적 변화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산모는 대개 통증을 비롯한 특별한 자각증상 없이 정기검진 과정에서 문제를 알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궁 경부 길이가 짧은 여성일수록 입원 후 분만까지의 기간이 짧고,
특히 자궁경부 길이 2.5 cm를 기준으로 자궁 경부의 깔때기형 변화, 조직학적 양막염,
분만 시 임신주수, 입원 후 분만까지의 기간,
임신 34주 이전 조산 및 신생아 출생 체중이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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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자궁경부상태가 진행되어 경부 입구가 열리게 되면
양막이 파열되고 태아가 배출되게 되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자궁경부무력증이라고 합니다.
자궁경부무력증은 조기양막파수와 함께 임신 2,3삼분기의 유산이나 조산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입니다.
모든 분만의 0.05~2% 정도를 차지하며 조산의 10%, 임신 중반기 태아 손실의 20~25% 정도의 원인이 됩니다.
그동안 소개해드린 조산에 관련한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자궁경부무력증을 유발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예측과 예방법 또한 정립되지 않았기에 고위험군에 대한 적극적인 추시과 관리가 최선인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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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임신에서 1,2삼분기에 유산 및 조산을 경험하거나 자궁경부무력을 겪은 여성은
자궁경부무력증의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임신 2삼분기 초반에 경부길이가 이미 25mm미만인 경우에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 자궁경부무력증 발생확율을 높이는 위험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궁경부의 선천적 기형 및 이상 (자궁경부 무발생증, 형성부전증)
  • 자궁경부원추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 소파술을 다수 경험한 경우
  • 호르몬제제의 일종인 디에틸스틸베스트롤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경우
  • 양수과다증
  • 엘러스-단로스증후군을 비롯한 결합조직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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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궁경부무력증의 고위험군 여성에 대한 예방적 접근은 수술적 방법과 보존치료로 나뉩니다.

1. 수술적 접근

임신 16~24주에 자궁경부 길이를 초음파로 측정하여 2.5 cm 미만으로 짧은 자궁목이 확인되고
조산의 과거력이 있는 여성에게는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원형결찰술(봉축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결찰방식을 고안한 의사의 이름으로 명명된 맥도널드, 쉬로드카 수술로 잘 알려져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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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수술과(좌) 쉬로드카 수술 도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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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부인과협회의 원형결찰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단태임신 제 2삼분기의 여성으로서

  • 과거에 자궁경부무력증(태반박리나 진통없이)으로 임신 2삼분기에 유산을 경험하였거나
  • 과거에 원형결찰술을 시행했던 경우
  • 현재 진통이 동반되지 않은 경관개대가 확인되는 경우
  • 과거에 반복된 34주 전 조산을 경험하였고, 현재 임신 중 재태주수 24주 전에 경부길이가 25mm 미만일 때원형결찰술의 적응증이 됩니다.

반면 조산의 과거력이 없이 짧은 자궁경부를 가진 여성에게는 원형결찰술이 권장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전의 조산 과거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궁경부 원형결찰술의 적응증이 되는 것은 아니며,
조산의 경력이 있거나 자궁목의 길이가 짧아진 경우라도 쌍태임신인 경우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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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 무증상성 짧은 자궁목을 가진 저위험군 여성에게는
원형결찰술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수술 자체가 감염이나 자궁수축, 조기양막파수 등을 유발할 수도 있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상태, 양막파수 여부, 조기진통의 유무 등을 확인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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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존적 치료
임신 24주 이후의 경부무력증 산모의 경우 결찰술보다 침상안정과 자궁수축방지제 등을 병행하는 보존요법을 권장합니다.
아울러, 현재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는 이전 임신 시 조기진통 또는 조기양막파열 등의 자연발생적 조산을 한 임산부. 또는 초음파에서 자궁경부 길이가 짧은 경우의 단태 임신부들의 조산 예방을 위해
프로게스테론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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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강조드렸듯 대개의 경우 별다른 자각증상 없이 자궁경부의 개대가 진행되므로
고위험군 여성들은  임신 2삼부기의 산전진찰 및 생활관리에 만전을 기하셔야합니다.
갑자기 분비물이 늘어나거나 질출혈이 동반되는 경우 또는 밑이 빠질 듯한 느낌 동반될 경우
지체없이 진료를 받으세요.
읽으시며 느끼셨겠지만 짧은 자궁목, 자궁경부무력증에 대한 치료적 접근들은 아직까지 유효성의 분명한 한계가 있고,  대증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꾸준한 노력이나 조심스런 생활관리에도 불구하고 통증이나 자각할 만한 증상 없이 진행되는 문제이기에  고위험군 여성들이 가지는 심신의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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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포스트를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조산에 관한 주요질환을 다루며 한의학적 치료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을 반복해서 설명드리는 점 또한 느끼셨을 것입니다.

이미 경관이 개대되고 양막이 노출된 상황에서 한의학적 치료로 만삭분만을 장담하거나
맥도널드나 쉬로드카를 하지 않고 한의학적 단독치료를 강권드리지 않습니다.

한방부인과적 관점에서 자궁경부무력증이라는 질환을 겨냥한 처방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며
서양의학이건 한의학이건 병리의 진행을 만회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더구나 짧은 자궁목은 단순히 자궁경관을 구성하는 결합조직과 평활근의 지지력 감퇴에 따른 결과이기보다
조산의 기저 병리 – 염증이나 자궁의 기질적, 기능적 병변 및 기왕력에 따른 손상 등 -와
복잡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문제이기에 치료의 결정과 목표도 케이스별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반복되는 조산을 경험하였거나 자궁 및 골반강내 질환을 겪으셨던 여성들이
임신을 계획하는 시점부터 적극적인 건강 관리를 통해
스스로 준비된 몸과 마음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이러한 과정에 한의학적 치료가 든든한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불행에 대한 초조한 마음으로
살얼음을 걷는 산모들께도 한의학적 치료는 몸과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습니다.

비록 무조건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드리고
당장이 아니라 조금은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들이겠지만
한의학적 치료가 당신께 드릴 수 있는 작은 희망에 대해 앞으로 더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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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Creasy&Resnik’s Maternal Feral medicine. © 2010 Elsevier Inc.
Berghella et al. Cerclage for Short Cervix on Ultrasonography : Meta-Analysis of Trials Using Individual Patient-Level Data.OBSTETRICS & GYNECOLOGY. VOL. 106, NO. 1, JULY 2005
권자영. Transvaginal cervical cerclage. 교육강연, Vol.2008
이근영. Recent Management of Cervical Incompetence. 대한산부인과학회 2002 서울심포지움 8권
양순하 외 정상 한국인 임신부에서 임신주수에 따른 자궁경부길이의 변화양상. 대한산부회지 제45 권 제11호 2002
최석주. 자궁 수축을 동반하지 않은 무증상의 짧은 자궁목의 추적 관리.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지. Vol. 12, No. 1, March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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