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이 한참 남았는데 양수가 새요~ 조산의 원인이 되는 조기양막파수에 대해서
주변에서 예기치 않게 이른 분만을 하신 분들의 경험담을 듣다보면 빈번히 나오는 표현이
"양수가 새서..."입니다.실제 조산기의 문제로 산부인과나 여성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
한의원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문의전화를 주시는 분들의 많은 경우도 이런 문제이구요.
정상적인 분만에서는 자궁수축(진통)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경부가 열리는 과정에서 양막의 파열이 일어나고 양수의 배출이 나타나는 데 비해
조기 양막파수는 본격적인 분만진통 및 자궁구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 양수가 유출되는 상황이죠.
임신 37주 이후에 일어나는 조기양막파수는 대부분 24시간 이내 정상적인 분만이 진행됩니다만,
만삭전 조기양막파수는 파수된 시기와 분만 주수에 따라
주산기 이환과 신생아 사망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산의 대표적 인자로서
모든 임신의 3~5%와 조산의 30~40%를 차지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주로 만삭적 조기양막파수 (preterm premature rupture of membrane ; PPROM)에 대해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편의상 PPROM을 조기양막파수로 칭하겠습니다.
조기양막파수를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앞서 소개해드린 융모양막염입니다.
말씀드렸듯, 이 두가지 상황은 서로 원인이 되기도, 결과가 되기도 하는 병리적 특징을 공유하는데요,
양막파열 후 24시간 이상이 지속되는 상태에서는 융모양막염 병발이 우려되므로 항생제를 투여하고,
융모양막염이 의심될 때 적극적인 항생소염 처치를 하는 것도 양막의 융해를 막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태반의 감염 및 염증으로 결합조직의 분해, 자궁경관의 연화, 자궁근육의 수축 결과
양막의 파열이 일어나는 경우지요.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해드린대로 임상적 융모양막염의 주요 증상
- 발열, 빈맥, 조기진통, 염증성 분비물-이 동반될 경우 즉각적인 산부인과적 처치가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과거에 융모양막염이나 조기양막파수를 경험한 여성은 차후 임신에서도
반복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13배) 높구요,
이 외에도 조기양막파수의 발생 위험이 높은 여성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산모의 영양상태의 문제 --- 비타민 C, 아연, 구리 결핍
- 산모의 흡연 혹은 간접 흡연력
- 양막의 선천적인 이상 혹은 태위이상, 외상
- 양수과다증
- 다태임신
- 자궁경부의 원추절제술이나 봉축술 과거력
조기양막파수는 조산과정에서 모체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급성적 문제들
- 융모양막염으로 인한 산모와 태아의 패혈증 위험 증가, 태변착색, 양수감소에 따른 제대압박, 태아 곤란증 등 -
외에도 다양한 중장기적 위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양수가 부족하여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로 자궁이나 인접장기의 압박에 눌리다보면
근골격계의 발육이 제한되어 외인성 기형이 나타나기도 하고,
폐성숙에 필요한 충분한 재태 주수를 채우지 못해 호흡부전증후군, 막성폐질환 이환 위험이 높아집니다.
태아 염증 반응 증후군 fetal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FIRS
융모양막염이나 조기양막파수 등으로 인해
태아가 자궁 내에서 감염(infection) 혹은 염증(inflammation) 상황에 노출되어
선천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는 일련의 과정을 “태아 염증 반응 증후군(fetal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FIRS)”라고 합니다.
FIRS을 겪은 태아의 경우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신생아 패혈증, 폐렴, 기관지폐 형성이상,
뇌실 내 출혈, 뇌실주위 백질연화증뇌성마비, 괴사성 장염, 미숙아 망막증 등 신생아 질환 이환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요컨대 만삭전 조기양막파수로 발생하는 주산기 질환은 주로 조산으로 인한 태아의 미숙과
파수에 따른 합병증으로 발생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의 정교한 접근으로도 조기양막파수를 예측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조기진단과 치료 방침 또한 나날이 정립해가고 있는 현실이기에
조산의 각 사례를 두고 다양한 측면에서 신중한 고민과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의 표들을 통해 짐작하시듯 조기양막파수의 치료방식과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양막이 파수된 시점과 태아의 분만주수입니다.
산과적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면서 미숙으로 인한 합병증을 줄이는 마지노선을 태아의 자가호흡이 가능한 시점인
34주로 보고 보존치료와 분만 후 치료를 결정합니다.
특히 태아의 성장이 활발한 임신 8-9개월에는 엄마 몸속의 한 주가 바깥 세상의 1년처럼 소중한 시기이기에
예방적 항생제와 태아의 폐 성숙을 위한 치료를 병행하며 절대안정 상태로 신중하게 지켜보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주수에 따른 일률적 판단보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상태를 근거로
(자궁경부가 얼마나 열렸는지, 양수가 계속 흐르는지, 진통이 있는지, 염증이 동반되는지 등...)
보존적 처치와 즉각분만에 대한 위험요인과 잇점을 따져 최선의 방식을 결정하게 되는거죠.
일련의 분만의 징후들이 진행되거나, 임상적 융모양막염, 질 출혈,
태아곤란증, 태반조기박리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재태연령과 관계없이 즉각분만을 실시합니다.
조산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동안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내용이 되겠지만,
조기양막파수 또한 예방이 최선입니다.
대수롭잖게 넘기는 질염(세균성 질염)은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막의 조기 파열 위험을 증가시키고,
조산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임신 여성의 20~40%가량이 질염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색이나 황색 분비물이 증가하거나, 악취나 외음부 열감, 소양감이 동반되는 경우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 염증의 진행을 예방하도록 하세요.
면역기능이 저하된 여성의 경우 질염의 재발 과 무증상성 질염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평소에 충분한 수분섭취 및 통기가 잘되는 속옷을 착용하시고,
자극적인 여성청결제 사용 및 잦은 성관계를 피하시는 등
임신 기간 중 적극적인 영양과 위생 및 생활 관리에 유의하실 것도 권장드립니다.
한의학적 치료도 조기양막파수를 진단받은 산모들에게
획기적이고 무조건적인 희망을 담보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위에 소개해드린 조기양막파수의 위험인자를 가진 산모들이
임신 준비하는 시점부터 자궁 및 골반강 염증 및 기저질환을 충분히 치료하고
전신건강의 충분한 개선을 통해 좀더 나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뜻하지 않은 상황을 직면하였을 때 산부인과적 치료의 보조요법으로서 자궁근을 강화시키는 한약복용이
아기와 모체의 안녕을 지키는데 작은 희망을 보탤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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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M. Mercer,Preterm Premature Rupture of the Membranes. OBSTETRICS & GYNECOLOGY VOL. 101, NO. 1, JANUARY 2003
성태정. 출생 전 염증반응과 미숙아 주요 합병증과의 관계: 최신지견을 중심으로. Korean J Perinatol Vol.24, No.3, Sep., 2013
정지윤, 문종수. 만삭전 조기양막파수의 처치. Korean Journal of Fetal Medicine. Vol. 4 No. 3 September 2008
노재숙 외. 조산 및 태아발육지연과 관련된 미숙아의 산과적 관리. HANYANG MEDICAL REVIEWS Vol. 29 No. 4,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