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을 겪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딸은 자궁내막증의 발병위험이 더 높다. 유전적 소인이야기[대전 자궁내막증 유앤그린 여성한의원]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막의 조직이 자궁 밖의 난소, 난관 등 다른 조직에서 자라는 질환으로서,
에스트로겐 호르몬에 의존하여 진행하는 특성이 있고, 구체적인 병태생리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각종 호르몬과 사이토카인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면역염증성 반응의 진행에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들이 밀접한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궁내막증의 진행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는 기전 -
월경혈의 역류로 내막조직의 일부가 골반강 및 자궁 부속기관에 잔류하게 됩니다.
정상적으로는 이들 조직이 세포자연사기전에 의해 제거되지만,
여러가지 원인으로 이러한 기전이 적절히 작동되지 않거나, 내막조직의 잔류와 증식을 촉진하는 병리적 세포의 작용에 의해
유착병소를 형성하고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혈관을 형성하며 뿌리깊은 질환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자궁내막증의 유전질환적 특성에 대해서는 1980년대 이후 꾸준하게 의미있는 근거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자궁내막증이 75-87% 정도에서 함께 발생하며 ,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일란성 쌍둥이에서 자궁내막증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비율이 2배 많다는 보고가 대표적이죠.
덴마크에서 진행된 30년간의 대단위 코호트 연구결과, 자궁내막증을 겪는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딸은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발병위험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처럼 자궁내막증에 관한 가족력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되며
유전적 소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고,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된 2000년대 이후에는
보다 세부적 변이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인 <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된 한 연구는
자궁내막증의 발병에 관여하는 선천적 요인, 즉 유전적 소인과 후천적 요인(환경 및 생활양식)이
어떠한 비중으로 병리의 시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였습니다.
스웨덴의 여성쌍둥이 283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궁내막증에 미치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영향력 비교 결과
유전적 소인(A)은 47%, 환경적 소인은 53% 가량의 비중으로 병리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연구들이 가족력 상으로 이미 드러난 사실들에 대해 조사를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자궁내막증의 유전성 질환적 특성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듯하지만,
인간 염색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염기서열의 이상을 추적하는 첨단유전학의 관점으로
자궁내막증의 발병 기전을 확인하는 작업은 그렇게 명쾌하고 간단하게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그림에 질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느낌으로 봐주세요.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수용체를 거쳐 세포로 진입하여 DNA의 특정 염기서열과 만나
인체에 작용하는 각종 물질의 생성 및 유전적 경향성을 발현하기 위한 과정에 관여하는 기전을 설명한 내용입니다.
더 쉽게...에스트로겐이 특정 세포에 작용하여 인체에 전달하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관여하는 수용체, 다양한 매개물질과 효소 등이 적적하게 발현되고
신호의 전달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비정상적이라면 어떤 염색체의 어떤 서열상의 문제인가를
하나하나 따지고보는 것이 유전학적 연구의 대상이 됩니다.
2000년대 초반에 완성된 인체게놈지도는 현재까지 다양한 만성,
난치성 질환의 유전적 결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반이 됩니다.
염색체 옆에 나열된 형형색색의 동그라미는 각종 질환별 유관 유전자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며,
확대된 그림에서 붉은 동그라미로 표시된 염색체 특정 부위가 자궁내막증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위치를 의미합니다.
각종 논문에 보고된 자궁내막증의 발병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및 면역관련 물질들과
RNA 정보 및 병리적 발현에 따른 결과들을 요약한 표입니다.
이제, 지금까지 장황한 포스트를 읽어오신 분들이면 조금은 허탈한 마음으로 떠올릴 근본적인 의문
-그래서, 이렇게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유전적 원인을 안다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 나눌 지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자궁내막증을 겪어온 여성의 입장에서 지긋지긋한 통증과 삶을 할퀴는 불편감의 원인이
유전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들을 때 불쑥 드는 생각은
'아...내가 그동안 뭘 잘못해서 생긴 질병도 아니고 앞으로 뭘 어떻게해서 이런 문제를 바꿀 순 없는 거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이 빠지고, 막막한 느낌이 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 나열해드린 난해하고 복잡한 표들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짐작하시듯
자궁내막증에 관여하는 수많은 물질들의 발현과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학적 기전 하나 하나를 좇아가는 과정은
기대와 달리 일관된 경향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지역별, 인종별로 동일한 유전적 구성요소의 변이가 상반되는 질환 연관성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이는 멘델의 법칙처럼 유전형의 발현을 도식적으로 예측되고 기대하기 어려운 복합형질질환의 특성 탓이기도 하고,
오늘 소개해드렸던 스웨덴의 연구결과가 제시하듯,
유전적 기질이 식습관 및 사회적, 환경적 원인과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의해 발병여부,
질환의 경중이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유전적 소인에 관련한 문제일수록 보다 적극적인 섭생에 힘쓰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기 위한 미세먼지 관리, 생필품의 원성분 파악하기,
육식보다 다양한 제철 과채류로 식단 구성하기 등 여성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섭생이
그 어떤 치료보다 근본적인 답을 주는 방편이 될 것입니다.
자궁내막증의 발병위험이 높은 딸이나 어린 자매를 두셨다면 생애 초반부터 후천적 요인
- 생활양식과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권유드립니다.
보다 구체적인 실천에 도움되는 방법들은 이미 여러분이 익히 알고있듯
조금 불편한 생활을 감수함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깨끗하고 담백한 음식물,건강하게 재배한 야채와 과일의 섭취,
인스턴트 음식물 섭취의 제한,규칙적인 운동,환경호르몬으로부터의 거리유지,
여러분의 스스로의 노력이 여러분의 건강함을 지켜내는데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