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수종은 어떻게 임신을 방해할까요?[대전 난임 불임 나팔관수종 유앤그린한의원]
앞선 글에서 난관 난임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질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잦은 골반염과 자궁부속기 질환 및 부인과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난관에 발생한 손상이
원활한 생식세포의 이동과 수정 및 착상에 관여하는 물질적, 기능적 여건 조성에
다양한 장해를 만드는 상황들을 개괄하였습니다.
막힘의 양상, 정도, 위치에 따라 난임 여성이 극복할 수 있는 문제,
감수해야할 어려움 또한
크고 작은 차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점, 기억하시지요?
이번 글에서는 난관 끝부분의 염증 및 유착에 의한 체액순환 장애로 발생하는 질환인
난관수종에 대해 이야기나눠보려 합니다.
난관 수종은 대개 특이적인 증상을 수반하지 않기에
아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혹시나 싶어 진행한 검사 중에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아주 불운한 경우로, 자궁외임신 수술과정에서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각종 감염질환에 따른 골반염이나 난관염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인을 알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발이 잦은 골반염의 특성 상 난관수종 또한 반복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난관의 정교한 구조와 기능은 원만한 생식을 이루는 관건이기에
여성의 난임 여건과 난관 손상이 엄중하다 판단될 경우
수술적 절제와 체외수정을 속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이러한 적응증이 확대 해석되어 시험관아기시술에 앞서 난관절제를 권유하는 풍조(?)도 있지만,
난관수종 체액(유체)이 생식력 저하에 미치는 구체적인 기전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착상과 초기 임신에 관련한 유전, 면역, 내분비계를 아우르는 생리기전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실정상
특정 질환의 영향력을 상세히 평가할 수 있는 토대 자체가 부족할 수 밖에 없지요.
비록 추정과 가설에 머무르지만, 임신을 방해하는 작은 불리함도 줄여보고픈 간절함이
난임 부부의 마음이기에 일말의 가능성조차 면밀히 살펴보게 되기마련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난관수종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난관 절제를 고려하시기에 앞서
한번쯤 숨을 고르고 살펴볼만한 질문들을 다룬 논문 한편을 여러분과 함께 읽어보고자 합니다.
임신을 이루는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프고 팍팍한데
무슨 논문 씩이나 읽어야하나... 뭘 이렇게까지 뜯고 파야하나 싶으신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늘 당부드리듯, 논문을 공부하듯 읽어나가시거나 구체적인 용어나 표현에 매이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난관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이만큼 섬세하고 민감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함께 알아나가고,
난관수종이라는 질환이 만드는 잠재적 문제들을 개략적으로 이해하시면,
임신과 자신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답을 얻는 과정이 보다 수월해지시리라 믿습니다.^^
권위있는 생식의학저널인 에 2002년 발표된 debate로
난관수종이 여성 생식건강, 특히 체외수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존 연구들을 검토하고 결론나지 않은 쟁점들을 짚어나간 논문입니다.
난관수종이 보조생식술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생식의학계의 중요하고 오랜 논란의 주제였습니다.
다수의 후향 연구에서 난관수종이 시험관아기시술 결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고하였고,
난관수종을 가진 난관의 복강경적 절제를 통해 난임 여성의 임신율이 의미있게 향상된 결과를
제시한 연구들이 그 영향력을 뒷받침했습니다(Strandell et al., 1999, 2001).
반감된 임신성공률과 2배이상 증가된 자연유산율을 보인 메타분석을 통해
생식건강에 미치는 난관수종의 유해성이 보다 공고히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구가 동물 실험 위주의 설계, 제한된 난관수종 샘플의 대표성 등을 한계로
보편적인 결론을 이끌어낼만한 힘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난관수종이 배아발달에 치명적인 세포독성을 가지는지,
일부 난관수종 유체만이 수정과 착상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를 감별할 기준은 무엇인지?
위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선별적인 난관절제술이 체외수정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을지 등
이 질환에 관한 많은 질문들이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주어진 정보에 따르면 난관 수종은 착상의 양대 주체인 두가지 표적
- 배아와 자궁내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됩니다.
난관수종 체액의 배아독성
난관수종 체액(유체)가 사람과 쥐의 배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8편의 쥐실험 중 5편에서는 사람의 저농도 난관수종유체에 대한 배아독성을 확인하였고,
3건에서는 희석되지 않은 유체에 노출된 경우에서만 배아발달 장애가 나타났습니다(Strandell, 2000).
인간배아로 실험한 2편의 연구에서는 뚜렷한 배아독성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난관수종 유체를 희석시킨 경우에 비해 유체를 그대로 배지로 활용한 그룹의 배아 발달율이
50%가량 감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Strandell et al., 1998).
반면, 인간 배아를 다룬 또다른 연구에서는 희석시키지 않은 난관수종 유체에서도
뚜렷한 발달장애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Granot et al., 1998).
인체 생리활동의 부산물로 나오는 유리기(free radical)를 띤 산소(활성산소)와
항산화체계간에 불균형에 의해 발생된 산화스트레스 또한
난관수종이 배아독성을 유발하는 과정의 주요소로 추정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연구들은 연구설계나 규모의 일관성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쥐 배아에 인간난관수종액을 활용한 관찰이 인간배아 발달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다는 점,
극히 제한된 샘플 수의 난관수종유체가 해당질환을 가진 난임여성 전반의
체액조성을 보편적으로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에서 중대한 한계를 가집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누적된 연구를 토대로 얻을 수 있는 보수적이면서도 비약없는 결론은
난관수종유체가 배아 발달에 직접적인 유해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없으며,
배아발달에 필요한 필수성분의 결함이 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정도입니다.
난관 수종 유체가 배아 영양에 지장을 주는가?
배아의 초기 발달과정에서는 피루브산과 포도당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데
난관수종 유체의 포도당 농도는 정상적인 난관체액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ickens et al., 1995; Tay et al., 1997).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난관수종에 의한 영양 결핍이
초기 배아발달과 착상에 장해로 작용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난임을 유발하는 난관수종의 특이적 조건이 있는가?
비록 배아발달에 대한 직접적이고 보편적인 독성작용이 입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특정 조건의 난관수종이 배아발달에 보다 유해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추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난관수종 유체가 생식세포와 수정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한 연구에 따르면
난관수종을 겪는 4명의 여성들에서 검출한 유체 중 하나가
수정능 획득 과정의 쥐 정자에 직접적인 세포독성을 보였습니다.
쥐 배아를 50% 난관수종유체에서 배양한 결과를 토대로 체외수정 결과를 예측한
연구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민감도, 특이도, 양성 우도비를 보여
개별 유체의 조성에 따른 배아 독성 검증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문제는, 착상 관련 사이토카인들이 생식주기의 특정 시점에서는 착상의 관건이 되는 요소로 작용하다,
일부 상황에서는 오히려 배아발달을 저해하는 기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임상에 적용할만한 엄정한 기준을 확보하는데에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궁내막수용성
착상기에 발현하는 사이토카인과 각종 호르몬에 의해 중개되는
배아와 자궁내막의 소통은 원만한 착상에 관건으로 작용합니다.
난관수종을 겪는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단백질 수용체 integrin αvβ3의 착상기 발현 감소는
체외수정 실패의 주요 인자로 추정됩니다 (Meyer et al., 1997).
배아에서 분비되어 착상 관련 사이토카인, 당단백질 연쇄반응의 시발에 관여하는
IL-1과 그 수용체의 mRNA 또한 난관수종으로 증가된 체액량에 영향을 받아
발현이 제한되거나 결함된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난관수종의 수술 후 70%의 여성에서 integrin 수용체가 현저히 증가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설의 타당성에 더욱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착상초기 세포영양막 증식에 필수적인 사이토카인이
오히려 난관유체에 농도의존적으로 증가된 양상을 보이고,
인간배아실험과 쥐 배아실험에서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는 등
보편적인 결론을 얻는데에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아가 씻겨나갈까?
난관수종 유체가 자궁강내로 유출됨으로써 배아가 손실될 수 있다는 가설은
다수의 저자를 통해 제안되었습니다(Mansour et al., 1991; Andersen et al., 1996; Bloeche et al., 1997).
난관수종을 겪는 여성이 체외수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누수증(hydrorrhoea)은
임상적으로 부정적인 예후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자궁내막에 정체된 난관수종 유체가 체외수정 착상에 장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가설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Andersen et al., 1996; Sharara, 1999).
자궁강내 체액조성과 주기취소율, 낮은 임상적 임신율 간의 상관성을 확인한 연구들 또한
일관된 맥락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과연 난관수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난관수종 유체가 자궁연동운동을 촉진하는가?
자궁의 연동운동은 일반적으로 월경기부터 배란기까지 증가되다 황체기동안 감퇴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착상이 이루어진 주기에는 비임신 상황에 비해 현저히 연동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내막의 운동성과 생식능의 상관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Ijland 박사팀의 관찰에 따르면
체외수정을 위한 난자를 채취하기 전 73%의 주기에서 자궁경부로 진행되던 내막의 운동방향이
역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운동성의 전향이 늦게 일어날 수록 임상적 임신율이 증가되는 경향을 확인함으로써
내막의 운동성이 인간배아의 착상에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근거를 확인하였습니다.
난관수종을 겪는 5명의 여성과 건강한 여성의 자궁연동을 이미지추적 기술로 비교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난관 내 체액저류에 따른 압력이 경부에서 저부로의 운동을 방해하는 역류를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비록 대다수의 연구가 체외(in vitro)실험으로 제한된 샘플의 동물배아를 활용한 연구라는 한계와
여전히 알려진 사실보다 드러나지 않은 기전에 대한 탐사가 필요하지만
난관수종이 여성 생식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간과하기 어려운 범주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영향력을 차단하는 방식이 언제나 난관 절제라는 강경한 선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동안 꾸준히 살펴보셨듯 난관은 단순히 수정이 일어나는 통로가 아니라
극도로 섬세한 생식기관이자 여성성을 유지하는 내분비 복합체의 일부로서
임신은 물론 여성 건강의 장기적 관점에서 절제의 득과 실을 신중하게 고민해야합니다.
절제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보다 면밀한 건강관리에 힘쓰시길 당부드리는 이유기도 하구요.
이어지는 글에서 난관 난임을 극복하는 치료적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좀더 이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