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구원 21주년 기념 세미나 감염병 및 난임치료의 한의학적 접근에 참석하다.[대전 난임 유앤그린 여성한의원]
어제 저는 장은하원장과 함께 한의학연구원 개원 21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감염병 및 난임치료의 한의학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한의학연구원 내외의 전문가들이 한의학의 오늘을 이야기하고
내일을 구상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질의와 응답이 이어질만큼 연자와 청중의 장쾌한 일합을 보여준 세미나에 참석하며
진료현장에 몰두하다 잠시나마 탁트인 풍경에 눈과 머리를 틔울 때의 기분을 맛본거죠.
한의계가 처한 불우한 현실과 거친 앞날의 과제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비판의 장에서
그동안 바쁜 일상과 진료의 소임을 핑계로 놓아두었던 생각들과
둔산동에서 탄방동으로 몸과 마음을 옮기는 계기가 되었던 다짐들에 대해서도
저 스스로 다시한번 점검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록 여명의 시기, 한 줄기 강에서 혼돈의 바다로 접어드는 길목이지만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조화로운 상승을 이루면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
일선 한의사들이 임상현장에서 쌓아온 증례와 경험이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기반으로 정제되어
국민보건향상에 이바지하는 우리 의학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의 기운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임 세션의 도입발표로서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른 우리나라 난임 현황 및 진료 실태를 살펴보며
문득, 진료실에서 여러분과의 만남을 시작하는 저희보다
저희를 만나기전 난임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오셨을 난임 부부들께서
오늘의 한의학에 대해 오히려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하고 계시겠구나 하는 판단이 들더군요.
난임부부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정부차원의 사업 대부부의 영역에서 한의학적 치료는 배제되어 있고,
한의학적 난임치료 성과에 대한 국내 근거자료 및 통계 또한 제한된 질과 양에 머무는 현실에서
한의학적 치료의 우수성과 잠재력을 제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빈약하고 허술한 외침이겠는가,
이미 수차례 좌절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지친 난임부부들에게
그동안 구체적인 신뢰와 근거에 기반한 가능성을 제시하기보다,
막연한 기대나 추상적인 희망을 나열하는데 급급하지 않았나..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좀더 일찍, 더 부지런하게 일선의 한의사부터 학계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
국민의 요구와 희망에 부응하는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생애주기별 의료서비스로서의 한의학의 가치를 입증하고,
서양의학과의 조화로운 협진 연구체계를 확립하여,
정책 및 제도방향에 한의학적 치료가 포함될 수 있는 타당성을 확보했다면
난임 부부들의 좌절과 실패를 줄이고 보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이룰 수 있는 한방치료에 대한 관심을
좀더 일찍, 두루 넓힐 수 있지 않았겠나 깊은 아쉬움과 조바심이 평소보다 크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답보상태로 머무르는 난임부부지원사업의 임신율이나,
난임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에 앞서 보조생식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건통계상 오류나, 윤리적 문제들,
난임치료 과정에서 소홀시되는 난임부부의 심리적 정서적 건강에 대한 관심 부족 등
정책의 효율성, 완성도, 전인적 관리 등 현행 난임정책의 아쉽고 부족한 점이 열거될 수록
한의학적 난임 치료가 정책에 반영될 때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들 또한 더 확신할 수 있었구요.
지난 몇년간 일부 지자체 출연으로 진행된 한방 난임지원 시범사업이 이뤄낸 우수한 성과들만 보아도
현 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단초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난임이 국가적, 사회적 책임의 영역으로 인정되고,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극복하는 문제이니만큼
난임부부의 간절한 노력과 희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술적 지원을 꾸준히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
한의학적 치료가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임상과 학계의 노력이 지속되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각 대학병원 한방병원 부인과 교수님들께서 다양한 연구방법론과 임상근거구축 전략을 고안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난관과 한계를 아쉬워하시면서도,
종국에는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하시는 발표를 들으며,
비록 변방의 진료실을 지키는 일개 한의사이지만
저 또한 그린미즈여러분과 이뤄낸 소중한 성취들을 보다 두루, 널리 나누려는 노력에 힘쓰기로,
난임 부부의 밝은 미래를 앞당기는 토양 한줌을 보태는데 게으르지 않도록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최근 노벨생리의학상 선정으로 국내에도 대서특필된 중의학자인 투유유 교수의 성과는
중국과 중의학의 영광일 뿐 아니라 그 깊은 연원을 함께한 한의학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희소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수상은 전통의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꾸준하고 일관되게 이루어질 때
그것이 단순히 오늘의 의료를 뒷받침하는 보조수단을 넘어
미래의 의료 흐름을 바꾸는 큰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죠.
전통의학과 현대과학의 조화롭고 풍요로운 연구 기반으로 꽃피운 이웃나라의 성과이자
우리 한의학의 나아갈 길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건...그래서일까요?
어제의 한의학연구원 세미나가 보다 고무된 기운의 시간들이었답니다.
턱없이 부족한 제도적 지원과 제한된 인프라를 탓하지 않고 지난 20여년간 묵묵히 굵직한 연구 성과를 맺어온
우리나라의 한의학 연구진들 또한 천년의 지혜를 오늘의 과학으로 입증하고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는 소명으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심포지움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형형한 눈빛으로 청강하는 연구진들을 지켜보면서
수많은 선배가 걸어간 자취를 종종 밟아 걸어 나아가는 임상가의 삶에 비해
진리의 등불 하나에 의지한 채 안개 속을 더듬어 외롭게 나아가는 학자의 각오와 신념이
얼마나 숭고하고 치열한 마음 한줄기이겠는가를 생각하는데 미쳐서는
한 분 한 분께 머리 숙여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임상의로 주어진 몫을 다함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야한다는 생각,
돌아오는 시간속에서도 그리고 어제를 기술하는 지금도 마음과 머리속을 새롭게 사로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