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 의존성 자궁질환을 치료하는 한약의 기전 [대전 자궁근종, 자궁내막증,자궁선근증 유앤그린여성한의원]
# 8. 活血 vs 止血?
이 슬라이드는 지혈(止血)을 목적으로
활혈약(活血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기 위해 넣었습니다.
신체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출혈이야 별 상관이 없겠지만,
출혈이 과도해졌을 경우 당연히 지혈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출혈이 심할 경우 우선 환자 본인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하고,
또 과도한 혈액 손실 자체가 지혈과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부정출혈 강의 때에도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출혈이 나타날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지혈을 위한 치료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약이 자궁출혈을 심화시키지는 않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 한의학의 지혈약에는 양혈지혈(凉血止血)을 위한 약도 있지만
온경지혈(溫經止血) 또는 활혈지혈(活血止血)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지혈제도 많거든요.
언뜻 생각하면 활혈(活血), 파혈(破血), 소적(消積), 파어(破瘀) 의 작용을 가진 약들이
출혈을 더욱 심화시킬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양방에서도 혈액순환을 도와준다는 개념으로아스피린이나 와파린, 헤파린,
그러니까 항혈액응고제를 대표적으로 습관성 유산 등의 질환에 많이 사용합니다.
염색체 이상과 같은 유산을 유발할 다른 원인인자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유산되는 경우에는
태아 쪽으로 혈류량을 늘려주기 위해서 항혈액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역시 문제는 출혈이 발생했을 경우 출혈을 증폭시킬 위험성이 굉장히 높아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출혈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그런 약물의 복용을 중단시킵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한약 역시 출혈량을 증가시키지 않을까 걱정될 수 있죠.
그런데 한의학의 활혈제의 경우에는 양방의 항혈액응고제처럼
단순하게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액응고를 방지한는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그런 작용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의학의 ‘활혈’이라는 개념에는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시켜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화혈(和血), 활혈(活血), 파혈(破血)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화혈(和血)은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과한 것은 고르게 조절해주는 등 말 그대로
‘조화롭게 해준다’는 개념이고, 활혈(活血), 행혈(行血)은 소통이 잘 안 되는 걸
‘원활하게 소통시켜준다’는 개념입니다.
또 파혈(破血)은 혈전과 같은 혈액 응고 상태를 깨뜨려 처리한다는 개념이긴 한데,
단순히 그것을 부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비정상 혈액 상태를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죠.
선조들의 치험례 등을 보면 파어제나 활혈약이 지혈제로도 많이 쓰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비정상적인 혈액 상태를 정상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자궁선근증이나 자궁근종 중 출혈이 많은 경우에
파어제(破瘀劑)만 썼음에도 출혈량이 감소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볼 때는 한약과 양약에는 그런 차이점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활혈제와 파어제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뒤에 케이스를 볼 때 확인하겠지만 자궁선근증의 경우 파어의 목적의 처방을 쓰다가
그래도 출혈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양혈지혈시켜주는 약재나 온경지혈시켜주는 약재를 추가해서 치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의 염증 진행과정에 있어서
혈소판의 지혈기전의 과활성화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 슬라이드에서 다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혈소판은 조직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에 관여하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혈소판의 과잉 응집이
자궁 내막증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활성화된 혈소판은 TGF-β1 / Smad3 신호 전달 경로의 활성화를 통해
자궁 내막증에서 상피-간엽 전환(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EMT),
섬유 아세포 - 근섬유 아세포 변이(Fibroblast to Myoblast Trans-differentiation, FMT),
평활근 상피화(Smooth Muscle Metaplasia, SMM) 및 섬유 형성을 유도합니다.
실제로, 항혈소판 치료는 유도된 자궁내막증이 있는 쥐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점은 혈소판의 과항진이 비정상적인 섬유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자궁선근증 마우스를 모델로 한 연속적인 실험에서
진행성 EMT, FMT, SMM 및 섬유 형성이 발견되었습니다.
인간의 자궁선근증에서 역시 혈소판이 자궁선근증 병변에서 응집되었으며,
이는 EMT, FMT, SMM 및 섬유 형성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항혈소판 치료는 자궁선근증에서도 역시 효과적이었습니다.
자궁선근증의 특징인 자궁의 비대는 FMT와 SMM으로 인한
혈소판 유도 세포 분화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자궁선근증으로 인한 자궁 내막의 평활근 세포 집단의 이질성 및 확대는
한편으로는 자궁 수축력을 증가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축 수축이 없는 통증인지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지엽적인 기전에 대한 가설 수준이지만 혈소판의 지혈기전이 과활성되는 과정에서
평활근 세포의 과증식이 촉진될 것이라는 설(說)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전들은 한의학적으로는 활혈(活血), 소적(消積)의 대상이 되는 병리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AUB를 주소로 오는 환자에게
항혈소판 치료에 준하는 활혈(活血), 파어(波瘀) 약물을 쓰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고,
그러한 약물이 지혈 작용을 지닌 다른 약물과 상반작용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도식적인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항혈소판 효과를 목표로 처방을 고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스트로겐 의존성 질환을 가진 여성에 대한 활혈지제와 지혈제 처방을 두고
의사는 어떤 부분을 고민하고 무엇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가?’와 같은 의문을 늘 마음에 지니고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에스트로겐 의존성 질환을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 것입니다.